2인 1조의 12시간 2교대 격무와 각종 위험 노출에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보험·퇴직금 등 복지 혜택 없어

속도전에 안전은 뒷전이고 무자격 외국인 노동자가 다이너마이트 시공

논란 중인 HDC현산과 같은 부실한 양생작업으로 터널 붕괴 잦아

[로즈데일리] 2021년 1월 26일에 공포되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태로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터널 공사현장에 상존하는 잠재적인 위험과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점보드릴 기사의 제보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터널 공사 현장에 쓰이는 천공기   ⓒ로즈데일리
터널 공사 현장에 쓰이는 천공기   ⓒ로즈데일리

점보드릴은 터널을 굴진하는 데 있어 도면에 명시되어 있는 장약공(다이너마이트를 넣어 폭약을 터뜨리는 구멍)을 천공해 굴진 할 수 있게 하는 장비로 다이너마이트를 집어 넣기 위한 구멍을 뚫는 데 이용되는 기계이다.
 
이러한 기계를 다루는 점보드릴 노동자는 천공기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며, 국내 150~200명 극소수 존재하지만 임금 및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다. 현장에서의 복지와 안전은 물론이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사대보험이나 퇴직금의 혜택도 없다.

천공기운전기능사 자격증   ⓒ로즈데일리
천공기운전기능사 자격증   ⓒ로즈데일리

터널 공사는 24시간 가동되는 현장으로 점보드릴 작업자들을 제외한 터널 작업 인원은 바뀐 법령의 시행으로 임금 상승분이 적용돼 전보다 수월하게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점보드릴 작업 인원 만큼은 장비 대비 기사의 부족으로 대부분 2인1조의 12시간 2교대의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12시간 격무에 불구하고 그에 맞는 임금과 휴식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천공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비에 대한 정비 및 관리까지 하고 있으니 사실상 항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터널 현장의 작업 진행은 점보드릴 천공-장약(다이너마이트 삽입)-발파-버력처리-부석정리-숏크리트(콘크리트를 틀에 채워 양생시키는 것이 아닌 콘크리트를 뿌려 벽면에 붙여 보강)작업- 천공작업이 계속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그 과정의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기고자 하는 현장관리자들의 지시로 위험하더라도 빠른 작업을 강행하며 안전조치가 되어있지 않음에도, 현장에 투입되어 작업을 해야하며, 그것에 반발하여 목소리를 낸다고 하면, 불이익 또는 강제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점보드릴 기사들은 불발된 다이너마이트를 눈으로 보고 직접 피해 천공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항시 낙석의 위험을 안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먼지를 뚫고 장비 진출입의 작업위치까지 직관에만 의존해 이동해야 한다.
 
특히 터널공사 현장은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불규칙한 하루 일과가 반복되며, 오후 2시에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5시에 저녁을 먹으라는 지시가 내려지는 것이 다반사이며, 하루 한끼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지난 해 말부터 일요일만큼은 공사현장 휴무가 법으로 제정됐지만 터널 공사는 연속시공의 필요로 예외가 됐다. 이러한 현실속에 터널 공사장의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높아지며 외국인 노동자는 무면허로 현장에서 운전을 하고, 허가 사항을 무시하며 업무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다이너마이트에 직접 접촉해 시공하는 등 안전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위험한 작업이 계속 되고 있다. 

관련법 제47조 제 3항에 의하면 화약은 화약 취급인에게만 관리되도록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 터널 현장에서는 내국인 근로자 부족과 빠른 공정요구로 인해 외국인에게 장약지시를 한다. 그로 인해 불발은 자주 일어나게 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음 공정을 운에 맡긴 채 일을 하게 되는 셈이며, 사고가 나면 정작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대다수이다.
 
최근 HDC 현산 광주 아파트 붕괴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빠른 공정 또한 터널공사에 적용된다. 터널 벽면에 바르는 숏크리트(시멘트)는 어느정도의 양생(건조작업)이 필요하지만, 속도전으로 인해 숏크리트 작업을 한 뒤 바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 이로 인한 터널 붕괴는 흔히 있다.
 
또한, 터널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업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많은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숏크리트에는 강도 강화를 위해 강섬유라는 자재가 섞여 사용되는데 심각한 환경오염물질로 반발제를 깔고 작업을 해야 하나 이것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점보드릴은 한달에 10에서 30말 정도의 유압유가 사용되는데 이 역시 터널 내부로 흘려들어가고 있다. 그외  여러 환경적 위험이 많지만 모두 쉬쉬하고 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공사 1공구 한국노총 주관 집회   ⓒ로즈데일리
 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공사 1공구 한국노총 주관 집회   ⓒ로즈데일리

극소수의 특수직 종사자라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점보드릴 기사들은 현재 서울 관악구 신림동 난곡사거리에 위치한 신림~봉천터널 도로건설공사 1공구에서 한국노총 주관 집회를 진행중이며, 이 곳 현장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경찰 및 시·구청에서의 부실수사 및 늑장대응으로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저작권자 © 로즈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